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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보] 탈북시련 이겼듯이 ‘취업벽’ 넘을래요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0-06-04 00:00   조회 : 4,800  





탈북시련 이겼듯이 ‘취업벽’ 넘을래요




? 탈북시련 이겼듯이 ‘취업벽’ 넘을래요



새터민 여대생들의 구직 바늘구멍 뚫기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회의실 ‘임팩트룸’. 두 아가씨가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올해 2월 성균관대를 졸업한 김하늘(26)씨와 외국어대 중국어과 4학년 휴학중인 동갑내기 유은희씨. 옅은 화장끼에 긴 생머리를 한, 웃음이 많은 아가씨들이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토익 성적과 좁은 취업문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2010년의 대한민국 취업 준비생들이다. 고향이 북쪽이라는 것 빼고는. 이들은 지난 2002년 같은해 북한을 빠져나와 중국 →베트남→캄보디아를 거쳐 타이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김하늘씨의 꿈은 스튜디어스, 유은희씨는 교사다.




사실 이들에겐 대학 생활부터가 막막했다. 김씨 이야기다.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이 공부하는데, 저는 시(C학점)를 받고 친구들은 에이플러스(A+학점)를 받아요. 전 남한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근데 알고보니 남쪽 친구들은 집에 돌아가서도 밤새워 공부했더라구요. 그런데 저희들은 그런 걸 몰랐죠. 누가 말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유씨에겐 교양과목 리포트부터가 장벽이었다. 유씨는 “리포트는 그냥 인터넷에서 ‘긁어다 붙이는 것’으로만 알았다”며 “지금 와서 1~2학년때 리포트를 다시 보면 얼굴이 화끈거려 볼 수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들에게 ‘내 일을 하겠다’는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 곳은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이다.



”꿈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하냐면요, 제가 탈북하다가 북한 보위부에 잡혀 보름간 양반다리로 앉아 있다가 다리신경이 눌려 끊겼거든요. 그 다리를 끌고 남한까지 와서도 종합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반드시 성한 다리로 스튜디어스가 되겠다고 이를 악물고 물리치료를 받았어요. 그리고 완치판정을 받았어요. 의사 선생님들도 ‘기적이다’라고 깜짝 놀라시더라구요.”


 



김씨는 청년정책연구원의 도움으로 에스케이텔레콤(SKT)에서 최근까지 인턴을 거쳤다. 항공사에서 인턴을 하면 더 좋았겠지만, 대기업에서의 생활을 경험해 본 것만 해도 큰 힘이 됐다.




윤씨의 경우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생활을 계속 중이다. 인턴은 6개월 이상은 해야 한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의 권찬 이사(사회공헌담당)는 “탈북 대학생 지원사업을 4년째 계속하고 있는데, 탈북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이겨낸 탓인지 다들 왠만한 어려움에는 끄떡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처음에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나’하는 의문을 제기하곤 하는데, 이유를 납득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의지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권 이사 말대로 유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회공헌 소식지인 <기빙매치> 3~4월호를 구성부터 편집까지 혼자 힘으로 했다. 다음달에 있을 착한가게 기부행사도 혼자 진행하고 있다. 권 이사는 “몇년 차 직원이 하는 몫을 해낸다”고 칭찬했다.



청년정책연구원의 탈북 대학생 지원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신은종 교수(단국대 경영학과)는 ”(새터민 청년들은) 참여와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남다르다”며 “공동체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빨리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평했다. 신 교수는 그들이 경영학에서 보는 ‘조직시민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4년간 청년정책연구원과 함께 새터민 대학생 후원사업을 해 온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각도 바뀌었다. 이 회사의 올해 초 공개채용에서는 새터민 졸업예정자 1명이 최종 면접까지 진출했다 떨어졌다. 권 이사는 “모든 조건을 동등하게ㅈ 진행했는데, 최종에서 아깝게 탈락했다”며 “앞으로도 새터민 대학생들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1만명을 돌파한 한국의 새터민은 지난해 1만7000명을 넘어섰다. 이중 18살~29살의 청년은 68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해에 이중 200여명이 대학을 입학한다. 아직은 졸업생이 거의 없다. 대기업 취업은, 그래서 그들에게 대기업 입사는 가수 인순이의 노래처럼 ‘거위의 꿈’이다.




신은종 교수는 “통일 이후를 생각해 보면 새터민 대학생들이 그때 남북의 소통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 기적 관점에서 기업들이 이들에게 도전적인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