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빈 일자리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전국 16개 시도 24만 개 표본사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제주 지역 ‘빈 일자리율’은 3.0%로, 최저 수준인 대전광역시와 경북의 각 1.4%보다 갑절 이상 비중이 높았다. 특히 제주의 빈 일자리는 지난해 보다 크게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첫 조사 당시 1.8%였던 빈 일자리율이 올해 1.2% 포인트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빈 일자리란 현재 비어있는 일자리와 비어있지는 않더라도 구인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 달 이내에 일이 시작될 수 있는 일자리를 합친 용어다. 따라서 조건만 맞는다면 최소한 한 달 이내에 취업이 가능한 일자리다. 제주지역에 그런 일자리가 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가 된다.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청년 실업을 포함해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한편에선 이처럼 사람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일자리가 많으니 아이러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올까.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있다. 바로 구직과 구인이 현실에 맞지 않는 이른바 ‘미스매치’다. 한 마디로 청년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중소업체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고용시장에 기형적 모습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스매치만 잘 해결해도 당면한 실업문제를 완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우선은 취업 희망자들이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공무원이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괜찮은 직장’만을 고집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입에 맞는 떡이 없으면 차선책이라도 선택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기업 역시 근무여건을 개선해 구직 단념자나 취업준비생들을 고용현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빈 일자리가 채워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방안이 강화됐으면 한다. ‘일자리 중매’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라는 뜻이다. 새 일자리 만들기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 차를 좁히는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