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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보] "여성 '보육-노동' 욕망 충족시키는 파트타임"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0-11-29 00:00   조회 : 6,145  

글 : 구영식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네덜란드편'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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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네덜란드 틸버그대학교 사회과학대 연구원
ⓒ 조명신



정희정


유럽에서 발행되는 영문 주간지 <유러피언 보이스>(European Voice)는 최근 '노동의 미래'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유럽 노동시장의 새로운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증가하는 유연성'을 들었는데, 이는 '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새로운 노동형태'를 가장 잘 구현한 나라로 네덜란드가 꼽히고 있다. 네덜란드는 '파트타임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파트타임의 유연성이 발달해 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파트타임은 전체 고용의 35% 수준에 이른다. OECD 평균 15.2%나 한국의 8.4%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네덜란드 여성의 경우 이러한 파트타임 근무를 통해 무려 75%에 이르는 노동시장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시각에서 '파트타임의 증가'는 고용의 질 악화로 해석된다. 고용의 안정성, 임금 수준 등이 풀타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파트타임은 '비정규직'의 또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파트타임은 정규직이 대부분이다. 특히 풀타임과 파트타임은 시간당 임금, 부가급여, 휴가, 훈련 등에서 차별이 없다. 게다가 2000년부터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이것들은 모두 법으로 보장돼 있다. 


 


"파트타임, 여성의 '보육-노동' 욕망을 모두 충족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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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연구원은 "네덜란드의 소득은 어느 정도 수준에 있기 때문에 차라리 하루 덜 일하고 취미생활, 교육 등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헤이그 시청사 앞을 달리는 트램의 모습.
ⓒ 조명신



트램


19일 오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에서 만난 정희정(34) 틸버그대학교 사회과학대 연구원은 "한국의 파트타임은 악조건에다 저숙련·저임금 산업분야에만 적용되고 있는 반면, 네덜란드의 파트타임은 거의 모든 산업과 직능분야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두 나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네덜란드 노조에서는 파트타임이 여성의 고용증가율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네덜란드 최대 노총인 FNV 청년 부문에서는 남성들도 4일간 일하고 하루는 아이를 돌보는 것을 권리화하자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세나르협약이 체결된 1980년대 네덜란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3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75%에 이른다. 30년간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네덜란드는 유럽연합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정 연구원은 "네덜란드는 보수적인 국가이고,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보육시설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며 "누군가는 집에 남아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과 일하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을 모두 채울 수 있었던 것이 파트타임"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파트타임은 어머니들이 많이 사용한 제도인데 이제는 젊은 청년들이 자식 유무와 상관없이 사용하는 제도가 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파트타임은 네덜란드의 노동규범을 바꾸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네덜란드는 1인당 GNP가 4만 유로가 조금 넘을 정도로 상당히 높은데다 누진적인 세금제도를 가지고 있어서 하루를 더 일한다고 해서 실질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소득은 어느 정도 수준에 있기 때문에 차라리 하루 덜 일하고 취미생활, 교육 등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파트타임은 노동자들의 요구에 의해 발달됐지만 사용자쪽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트타임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사례연구 결과를 보면, 주 3일 이하 근무하는 사람을 여러 명 관리하기는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주 3일 이상 근무하면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보게 된다고 한다"며 "주 3.5일, 4일 일하는 것이 5일 일하는 것보다 시간당 생산성이 훨씬 높아 사용자가 큰 부담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네덜란드 파트타임은 정규직... 한국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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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신



정희정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네덜란드에서는 풀타임과 파트타임 사이에 차별이 없다. 정 연구원은 "거의 모든 파트타임은 정규직(영구계약직)"이라며 "네덜란드에서는 파트타임을 (한국처럼) 임시직과 같은 근무형태로 보는 것에 상당히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파트타임은 저임금·저숙련이고, 임금 등에서 동등한 대우를 못 받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연구원은 "파트타임이기 때문에 풀타임만큼 임금이 늘어나기 어렵고, 관리자급으로 승진하기 힘들다"며 "연구결과를 보면 파트타임은 저임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물론 다른 국가에 비하면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파트타임의 임금이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파트타임이 산업별·직업별로 균등하게 분포돼 있기 때문에 현격한 차이가 보이지는 않지만 조그만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파트타임의 증가가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부분이 '정규직 파트타임'인데다 파트타임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 연구원은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불안보다 관계불안"이라며 "남성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특히 이혼이나 배우자 사망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한 문제점 때문에 현재 네덜란드 노사는 여성 파트타임 노동시간을 늘리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 여성들의 지지도는 낮다고 한다. 국가의 개입을 싫어하는 네덜란드 특유의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현재 네덜란드 노총(FNV)과 여성학자들은 '2.4제도'를 주장하고 있다. "둘이서 4일 근무하고 나머지는 아동보육과 가사노동에 쓰도록 하자"는 것. 그런데 파트타임의 증가는 보육문제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정 연구원은 "지난 6월 뽑힌 보수성향 정부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며 "보육을 국가에서 제공하는 게 아니라 보육시설을 사용할 때 그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데 그 지원금마저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연구원은 "아이를 주 5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도 없는데 (보육과 관련된) 경쟁이 부모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보육시설의 질을 높일 필요성이 없다"며 "그래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파트타임 도입하기 전 과도한 노동시간부터 정상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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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연구원은 "한국은 네덜란드식 파트타임을 도입하기 전에 먼저 과도한 노동시간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조명신



정희정


문제는 이러한 네덜란드 모델을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느냐에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네덜란드 모델을 검토했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현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은 "파트타임은 악성이 아니라 양성의 비정규직"이라며 "우리나라도 맞벌이 부부가 추세여서 파트타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제 네덜란드 모델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네덜란드를 방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 연구원은 "한국은 네덜란드식 파트타임을 도입하기 전에 먼저 과도한 노동시간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만약 노동시간을 정상화하지 않고 소수 몇 명의 정책으로 빠지게 되면 파트타임과 풀타임의 불평등(격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정상화한 뒤 파트타임을 남녀불문하고 전 산업분야에 일시에 적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앞의 단계들은 빠뜨리고 파트타임만 도입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연구원은 "비정규직인 임시직이 아닌 다양하고 유연한 근로형태와 교환할 수 있는 안정성이 필요하다"며 "특히 유연안정성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노사 간의 믿음, 협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네덜란드 노총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인데도 노동자 임금을 올리고, 30%가 국가급여를 받을 정도로 힘이 셌다"며 "노사 간 협약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노동자들의 힘이 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하지만 한국에서는 노총이 제대로 힘을 써본 적이 없다"며 "게다가 한국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은데 노조는 그런 노동자들은 대표하지 못하고 대기업과 정규직 중심"이라고 꼬집었다.


 


정 연구원은 "그러니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노사정 대타협을 해도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다"며 "노사정 대타협이 이루어지기 전에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조 안 대타협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정 연구원은 "네덜란드에서 노조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네덜란드 노총과 기독노총이 각각 노동당, 기독민주당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당과 노조가 연결돼 있다는 것은 엄청난 힘"이라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산별노조 체제가 되어야 노총이 힘을 얻을 수 있고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다"며 "그래야 진보정당들도 (노조의 힘을 기반으로)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에딘버러대에서 사회정책학을 전공했다. 이후 네덜란드 틸버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틸버그대와 암스테르담 노동연구소 등을 오가며 네덜란드 노동시장의 유연화문제(노동시간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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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고용율)은 유럽연합에서 가장 빠르게 늘었다. 보라색 선은 유럽연합 평균이고, 파란색 선은 네덜란드 여성의 고용율이다.
ⓒ 틸버그대



네덜란드 여성 고용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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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여성들은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근무한다. 36시간(노동시간) 미만을 파트타임으로 분류하는데, 80년대 이후 여성의 파트타임 근무가 크게 늘었다.